최근 노령인구의 증가 그리고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증가에 맞물려서 건강기능성 식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메가3, 종합비타민제, 혈액순환제는 물론이고 이름을 들어도 알 수 없는 성분불명의 상품까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럴때일수록 상술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효과있는 상품을 잘 택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제품은 글루코사민 제제 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는 글루코사민의 유명세는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과연 유명세 만큼 글루코사민의 효능은 있는 것일까?  결론은 글루코사민의 효능은 없다가 되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제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을 보여주는 그림. 닳아서 파괴된 연골조직이 잘 나타난 그림입니다. 보기만 해도 아프죠.ㅠㅠ

 

글루코사민(Glucosamine)이란?

 

 

 연골을 구성하는 주 성분 중에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의 생합성에 있어서 꼭 필요한 '전구체'가 바로 글루코사민입니다. 즉 쉽게 말해서 글루코사민은 연골을 합성하는데 필요한 재료가 된다는 것이죠.  "글루코사민을 먹으면 닳아버린 연골을 재건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한 것이 바로 글루코사민 제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우리 몸은 크게 세포와, 세포외 기질로 나뉩니다.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은 세포외 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입니다.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은 연골 뿐만 아니라 우리몸 곳곳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을 몸에서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전구체가 바로 '글루코사민'입니다.

 

칼슘을 먹으면 뼈로간다. 글루코사민을 먹으면 연골로 간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칼슘은 그 자체가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원소입니다. 칼슘은 몸에 흡수되면 뼈로가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글루코사민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미노당으로서 글루코사민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C, H, O, N)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몸에 들어오면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산산해 분해되어버립니다. 온전한 글루코사민 분자가 그대로 고스란이 연골로 가서 연골재건에 재료로 쓰인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생각인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애초에 글루코사민은 퇴행성 관절염에 '도움을 주는'(X), '도움을 줄 수 있는'(O)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죠. 건강 기능성 식품이란게 원래 그런 것입니다. '도움을 준다'고 표기하면 위법이며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표기해야만 합니다. 이 둘 간의 차이는 실로 큰 것이죠.

 

 

글루코사민을 구글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상품들의 '일부'. 효능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글루코사민 제제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대규모 임상 실험 결과 : 효능이 없다.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임상결과들이 각각 다르고, 논란이 종식되지 않자, 이에 미국에서 막대한 자본 서포터들이 동원되고,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 미 국립 보건원)와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개입되어 6개월에 걸쳐서 글루코사민을 복용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간의 차이를 보는 임상실험을 실시하게 됩니다. 그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Compared with placebo, glucosamine, chondroitin, and their combination do not reduce joint pain or have an impact on narrowing of joint space. Health authorities and health insurers should not cover the costs of these preparations, and new prescriptions to patients who have not received treatment should be discouraged."

 

원문의 내용은 대략 의역해서 다음과 같습니다.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그리고 이 둘의 조합은 관절 통증을 줄이지 못하며,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지도 못한다. 보건당국과 보험업체들은 이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제품의 구입비용을 지원해줘서는 안되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처방을 내는 것을 막아야(discourage) 한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글루코사민은 먹으면 바로 몸속에서 여러 경로로 대사되어 형체를 알 수 없게 분해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골 합성에 쓰이는 글루코사민은 몸 밖에서 밀어 넣어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고, 몸 안에서 탄소, 수소, 산소, 질소들의 재료로 생합성되어 그때그때 연골 합성에 동원됩니다. 합성에 필요한 구성원소들은 우리 몸에 너무 흔한 원소들이라 글루코사민을 밖에서 넣어주는 것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연골의 재료라고 하는데 먹으면 혹시'하는 마음에 대규모 임상을 실시했고, 결과는 '역시나'로 나온 것입니다.

 

우후 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글루코사민 제제들. 미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 실험결과에 따르면 글루코사민의 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글루코사민 제제가 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나온 이유.

 바로 효능 문제 때문입니다. 앞서 미국 임상실험 결과를 말씀드렸듯이 글루코사민을 복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통계적으로 회복의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루코사민이 약으로 승인 받지 못한 이유입니다. 약과 건강기능성 식품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약은 확실한 효능이 입증된 것을 말하고, 건강기능성 식품들은 그렇지 못한 것들을 말합니다. 글루코사민과 같은 건강기능성 식품들은 그래서 'XX 증상에 도움을 준다'가 아니라 'XX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도움을 준다'와 '도움을 줄 수 있다'의 차이는 사실 엄청난 차이죠. 전자는 확실한 효과가 있음을 말하며 후자는 효과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아라를 말합니다.

 

글루코사민이 관절염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한겨례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22054.html) 임상적으로 글루코사민이 효능이 없음은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결론 : 먹어서 나쁠 건 없다?

그래도 연골의 구성성분이라고 하는데 먹어서 해될 건 없지 않나?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 맞는 말일수도 있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글루코사민을 먹는 것도 나쁠 건 없겠습니다. 하지만 글루코사민이 관절염 치료에 꼭 필요한 것처럼 선전하는 일부 업체들의 왜곡된 과장 광고들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글루코사민을 먹을 것인가/먹지 않을 것인가? 이는 소비자인 여러분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Posted by Plato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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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술을 마시고 술깨는 약을 찾으러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주로 숙취해소를 위한 약을 찾는데, 속쓰림 등의 위장 증상과 함께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법이 개정된 요즘에는 타이레놀을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음주 후에는 타이레놀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음주 후 다음날 아침에 오는 두통에 무심코 타이레놀을 사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써 보려고 합니다.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알려진 타이레놀(성분명 :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성분 :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작용과 진통작용이 탁월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타이레놀의 진짜이름(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단일 성분으로, 또는 다른 성분과 복합 성분으로 시중에 수백, 수천가지 이름의 서로다른 약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약에는 우리도 이미 친숙한 약들이 많이 있는데, 종합감기약부터 진통제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판콜, 판피린, 펜잘, 게보린, 멘자펜, 테라플루, 화콜 등의 약들은 주 성분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입니다(이 얘기를 첨 듣는 분들에겐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죠.)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타이레놀 이알(ER)정. 서방정(서서히 방출)으로 기존 타이레놀 500mg정 대비해서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사실 그 효능 또는 기능만으로 봤을 때는 타이레놀은,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여러 엔세이드 계열의 '소염진통제'들만 못합니다. 다른 '소염진통제'들은 해열/소염/진통작용이 모두 있는 반면에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은 가지지 못한 채, 해열/진통작용만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감기는 주로 상기도 쪽에 염증이 생겨서 두통, 발열, 인후통 등이 오는 것인데,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열이 내리고 진통효과도 있지만 소염효과가 거의 없어서, 감기증상에는 솔루펜이나 부루펜정과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레놀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일반적으로 첫번째 초이스로 선택받는 이유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 언급한 '소염진통제'들은 주요 부작용으로 위장장애가 있지만 타이레놀은 위장장애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타이레놀의 대표 부작용 : 간독성

 하지만 타이레놀도 완전히 부작용에서 자유로운 약은 아닙니다. 아니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이 있을까요? 잘 알려진 타이레놀의 부작용은 간 독성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용량을 사용한다면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는 약이지만, 과다 복용에도 안전한 약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타이레놀이 몸 속으로 들어가면 혈류를 타고 돌다가 간에 들어가서 간대사를 받게 되는데, 이 때 생성되는 여러 대사체들 중에서 독성 대사체도 생성되게 됩니다. 그 독성 대사체의 이름은 NAPQI라는 물질입니다. 이 NAPQI강력한 산화성의 물질로, 간 세포를 파괴하게 됩니다. 타이레놀을 과 복용하게 되면 이 NAPQI라는 독성 대사체가 많이 생성되어 간 조직의 괴사(necrosis)가 진행되어 간 부전증(liver failure,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세포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간의 현미경 조직 관찰 이미지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파괴를 판단하는건 조직학/병리학을 전공하신 분들의 주 특기입니다.

 

술을 먹으면 왜 타이레놀의 간 독성이 증가하는가?

 술을 먹으면 술을 분해하는 간 효소가 유도됩니다. 술을 먹을 수록 '주량'이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사실 맞는이야기입니다. 술을 먹으면 평소보다 더 많은 CYP2E1이라는 알콜 분해효소가 간에서 만들어지게 되는데, 문제는 이 CYP2E1 효소타이레놀이 간에 들어오면, 타이레놀을 앞에서 설명한 NAPQI라는 독성 대사체로 전환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강력한 산화성 물질인 NAPQI는 간을 파괴하고 심한 경우에는 간 부전(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오고, 때때로 신 부전(콩팥 기능의 마비)까지 동반하기도 합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으로 우리몸의 독성물질들을 분해해서 비독성의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 부전증이 오면 그야말로 큰일인 셈이죠. 가볍게는 황달증상부터 심하게는 간성혼수와 사망에 이르기까지 간 부전증의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음주는 타이레놀의 간독성 부작용을 크게 증가시킵니다.(사진출처 : http://kghmice.egloos.com/m/8672056)

 

 물론 이런 극단적인 결과까지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타이레놀을 복용시에는 항상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혹시 전날 과음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과음을 한 후라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일은 삼가해야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주 성분으로 하는 다른 진통제들(앞서 언급한 펜잘, 게보린 등등)은 복용을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음주 후에는 복용을 삼가해야 할 타이레놀 패밀리의 약들

 (1) 일반적인 진통제들 : 타이레놀, 펜잘, 게보린

(2) 생리통에 쓰는 약들 : 멘자펜 등 생리통 약들은 대부분 타이레놀 패밀리입니다.

(3) 감기약 계통 : 테라플루, 판콜, 판피린, 그리고 화콜, 씨콜드 등을 포함한 종합 감기약 제제등

                         사실상 대부분의 감기약들 타이레놀 패밀리입니다.

"이들은 모두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패밀리의 약들이므로 음주 후 복용 시 간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용 전에 전날 과음을 했는지 반드시 체크를 하시기 바랍니다"

 

음주 후 두통에 먹어도 괜찮은 진통제들

(1) 덱시부프로펜 제제 : 솔루펜, 이지엔6 등

(2) 나프록센 제제들 : 폭센, 탁센 등

(3) 그 밖의 NSAID(엔세이드) 계열의 소염진통제들은 모두 음주와 관련된 독성이 없습니다.

 

Posted by Plato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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