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술을 마시고 술깨는 약을 찾으러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주로 숙취해소를 위한 약을 찾는데, 속쓰림 등의 위장 증상과 함께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법이 개정된 요즘에는 타이레놀을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음주 후에는 타이레놀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음주 후 다음날 아침에 오는 두통에 무심코 타이레놀을 사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써 보려고 합니다.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알려진 타이레놀(성분명 :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성분 :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작용과 진통작용이 탁월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타이레놀의 진짜이름(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단일 성분으로, 또는 다른 성분과 복합 성분으로 시중에 수백, 수천가지 이름의 서로다른 약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약에는 우리도 이미 친숙한 약들이 많이 있는데, 종합감기약부터 진통제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판콜, 판피린, 펜잘, 게보린, 멘자펜, 테라플루, 화콜 등의 약들은 주 성분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입니다(이 얘기를 첨 듣는 분들에겐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죠.)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타이레놀 이알(ER)정. 서방정(서서히 방출)으로 기존 타이레놀 500mg정 대비해서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사실 그 효능 또는 기능만으로 봤을 때는 타이레놀은,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여러 엔세이드 계열의 '소염진통제'들만 못합니다. 다른 '소염진통제'들은 해열/소염/진통작용이 모두 있는 반면에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은 가지지 못한 채, 해열/진통작용만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감기는 주로 상기도 쪽에 염증이 생겨서 두통, 발열, 인후통 등이 오는 것인데,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열이 내리고 진통효과도 있지만 소염효과가 거의 없어서, 감기증상에는 솔루펜이나 부루펜정과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레놀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일반적으로 첫번째 초이스로 선택받는 이유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 언급한 '소염진통제'들은 주요 부작용으로 위장장애가 있지만 타이레놀은 위장장애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타이레놀의 대표 부작용 : 간독성

 하지만 타이레놀도 완전히 부작용에서 자유로운 약은 아닙니다. 아니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이 있을까요? 잘 알려진 타이레놀의 부작용은 간 독성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용량을 사용한다면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는 약이지만, 과다 복용에도 안전한 약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타이레놀이 몸 속으로 들어가면 혈류를 타고 돌다가 간에 들어가서 간대사를 받게 되는데, 이 때 생성되는 여러 대사체들 중에서 독성 대사체도 생성되게 됩니다. 그 독성 대사체의 이름은 NAPQI라는 물질입니다. 이 NAPQI강력한 산화성의 물질로, 간 세포를 파괴하게 됩니다. 타이레놀을 과 복용하게 되면 이 NAPQI라는 독성 대사체가 많이 생성되어 간 조직의 괴사(necrosis)가 진행되어 간 부전증(liver failure,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세포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간의 현미경 조직 관찰 이미지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파괴를 판단하는건 조직학/병리학을 전공하신 분들의 주 특기입니다.

 

술을 먹으면 왜 타이레놀의 간 독성이 증가하는가?

 술을 먹으면 술을 분해하는 간 효소가 유도됩니다. 술을 먹을 수록 '주량'이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사실 맞는이야기입니다. 술을 먹으면 평소보다 더 많은 CYP2E1이라는 알콜 분해효소가 간에서 만들어지게 되는데, 문제는 이 CYP2E1 효소타이레놀이 간에 들어오면, 타이레놀을 앞에서 설명한 NAPQI라는 독성 대사체로 전환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강력한 산화성 물질인 NAPQI는 간을 파괴하고 심한 경우에는 간 부전(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오고, 때때로 신 부전(콩팥 기능의 마비)까지 동반하기도 합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으로 우리몸의 독성물질들을 분해해서 비독성의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 부전증이 오면 그야말로 큰일인 셈이죠. 가볍게는 황달증상부터 심하게는 간성혼수와 사망에 이르기까지 간 부전증의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음주는 타이레놀의 간독성 부작용을 크게 증가시킵니다.(사진출처 : http://kghmice.egloos.com/m/8672056)

 

 물론 이런 극단적인 결과까지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타이레놀을 복용시에는 항상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혹시 전날 과음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과음을 한 후라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일은 삼가해야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주 성분으로 하는 다른 진통제들(앞서 언급한 펜잘, 게보린 등등)은 복용을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음주 후에는 복용을 삼가해야 할 타이레놀 패밀리의 약들

 (1) 일반적인 진통제들 : 타이레놀, 펜잘, 게보린

(2) 생리통에 쓰는 약들 : 멘자펜 등 생리통 약들은 대부분 타이레놀 패밀리입니다.

(3) 감기약 계통 : 테라플루, 판콜, 판피린, 그리고 화콜, 씨콜드 등을 포함한 종합 감기약 제제등

                         사실상 대부분의 감기약들 타이레놀 패밀리입니다.

"이들은 모두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패밀리의 약들이므로 음주 후 복용 시 간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용 전에 전날 과음을 했는지 반드시 체크를 하시기 바랍니다"

 

음주 후 두통에 먹어도 괜찮은 진통제들

(1) 덱시부프로펜 제제 : 솔루펜, 이지엔6 등

(2) 나프록센 제제들 : 폭센, 탁센 등

(3) 그 밖의 NSAID(엔세이드) 계열의 소염진통제들은 모두 음주와 관련된 독성이 없습니다.

 

Posted by Plato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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