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타이레놀(성분명 :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이 진통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타이레놀이 해열작용이 있는 해열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번엔 아스피린(성분명 : 아스피린, aspirin)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분들은 아스피린을 진통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아스피린을 해열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금 더 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스피린이 해열작용과 진통작용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소염작용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스피린은 해열/소염/진통작용이 모두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작용은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염작용'입니다. 해열작용, 소염작용, 진통작용... 이렇게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서로 다른 작용들이 왜 아스피린을 먹음으로서 나타나는 것일까요? 사실 아스피린의소염작용 때문에 나머지 해열/진통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그 부분을 좀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아스피린 정
아스피린의 소염작용이 해열 및 진통작용을 덩달아 가져온다.
우리 몸에 염증이 발생하면 염증의 4대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네가지 증상은 열이 나고(발열), 염증부위가 충혈되고 붉어지며(발적), 통증이 수반되며, 부풀어 오르게(부종) 됩니다. 아스피린은 염증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염증 매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din)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염증을 가라앉히므로(소염시키므로), 염증에 수반되는 '통증'과 '발열' 증상도 자연스럽게 같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스피린이 소염제이자 해열제이고 진통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이와 같이 염증매개물질의 생성을 막아서, 염증반응을 억제함(소염)으로써 '진통'시키고 '해열' 시키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들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엔세이드,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염증 매개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저해하는 제제들입니다(정확히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효소인 COX를 저해하는 저해제입니다)
부루펜 시럽은 사실 해열제가 아니다?
이러한 NSAID(엔세이드, 해열소염진통제)는 현재 수십가지 이상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에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부루펜 시럽(성분명 : 이부프로펜, ibuprofen)도 있습니다. 사실 해열제로서 널리알려져 있는 부루펜이지만, '해열'작용은 사실 부루펜의 소염작용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입니다. 실제로 정형외과에서 아이들 근육통 소염약으로 이부프로펜 시럽을 내는데 부모들은 왜 해열제를 처방해줬냐고 물어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덩달아 '진통'작용도 같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들은 쉽게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의 작동 원리를 앎으로써 약의 기능을 쉽게 알 수 있게 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생활 속의 NSAID(엔세이드)
NSAID 성분명 |
상 품 명 (효능) |
아스피린(aspirin) | 아스피린 |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ibuprofen) (dexibuprofen) |
부루펜 시럽(해열,진통.소염), 솔루펜, 이지엔6(진통,해열,소염), 제로정(근육통) |
케토프로펜(ketoprofen) |
케토톱, 케펜텍, 제놀골드 (근육통, 관절염 등) |
플루르비프로펜(flurbiprofen) |
스트렙실 (인후염), 안티푸라민 카타플라스마, 조아팝 |
아플 때 아스피린, 부루펜, 타이레놀을 먹기를 꺼릴 필요가 전혀 없는 이유.
열이나거나 몸살이 있을 때 아스피린과 같은 NSAID(엔세이드)를 먹는 것을 거부하고 몸으로 '때우려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NSAID의 약리 작용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약을 먹지 않고 몸으로 때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두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이들 NSAID가 신경을 마비시켜서 통증을 못느끼게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이 비정상이라고 보내는 신호인 통증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꺼림직하다는 것이죠. 물론 이들 NSAID의 약리작용을 생각해보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자꾸만 약의 힘을 빌리게 되면,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약을 먹기를 꺼려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약이 NSAID라면 전혀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NSAID는 우리몸의 과도한 염증반응을 가라앉혀주고 진통시켜주는 것이지, 항생체처럼 우리 몸의 면역력 대신 병원체와 싸워주는 약이 아닙니다. 따라서 NSAID를 자꾸만 먹는다고 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표적 NSAID인 이부프로펜(ibuprofen)정 - 부루펜시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성분이다.
병원체와 싸우는 것은 몸의 자연 면역력에 맡겨라. 단 질병과의 전쟁 중 몸이 겪는 고통은 NSAID로 은폐하라.
감기를 비롯해서 우리가 겪는 질병의 대부분은 '염증반응'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염증반응은 발열과 통증과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수반하게 됩니다. 사실 염증반응은 우리 몸에 침입한 병원체와 싸우고 있다는 신호이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몸이 병원체와 싸우는 기간동안, NSAID는 정말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몸이 병원체에 대응하는 자연 면역력의 손상에 대한 걱정 없이, 몸이 아플 때마다 '고통없는 전쟁'을 치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NSAID(엔세이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몸살이 나서 머리가 아프고 열이날 때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NSAID나 타이레놀을 먹어서 열을 내려주고 두통을 없애주는 것은, 약 없이 아픈기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세이드(NSAIDs)의 대표부작용 : 위장 트러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을 필두로 하는 엔세이드의 전형적인 대표 부작용은 속쓰림, 위경련, 복통, 소화불량 등 위장관계 문제들입니다. 엔세이드를 과량 복용시에는 위궤양 형성과 위 과다출혈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상적인 복용량으로 이러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복통이나 위경련 등은 안전한 복용량에서도 쉽게 겪을 수 있는 흔한 엔세이드의 부작용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의 초대형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에서는 막대한 개발비용을 들여서 위장관 트러블이 없는 엔세이드인 쎄레브렉스(성분명: celecoxib)를 개발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쎄레브렉스는 현재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 해열진통제로 널리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엔세이드와 달리 위장관계 트러블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엔세이드가 가지고 있는 소염작용을 타이레놀은 가지고 있지 않거나 매우 미미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해열이나 진통의 목적이라면 엔세이드(아스피린, 부루펜 등)보다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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