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 하이젠베르크와 플라톤

아인슈타인(Einstein)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상이지만, 20세기 이론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에 못지않은 임팩트를 미치는 인물이 바로 하이젠베르크이다. 사실 물리학을 배우다 보면 대중적인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책 속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접하면서 학부에서도 쉽게 만나게 된다.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아인슈타인은 결정론적 사고관을 끝까지 버리지 않음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인 '확률론적 세계관'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구시대적인 인물의 이미지가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20세기에 꽃을 피운 전자공학과 최첨단 기술들이 새로운 양자역학적 원자론에 기반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사실 하이젠베르크의 존재감은 더 부각되는 것 같아 보인다.

"부분과 전체"는 하이젠베르크가 쓴 책으로 자신의 청년시절부터 말년까지의 물리학자로서의 삶과 그가 이룬 학문적 업적, 그리고 다양한 인접 학문들(철학, 종교, 언어, 생물학, 화학 등)에 대한 그의 관점과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세계관 또는 우주관은 그가 이룬 학문적 업적인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반을 둔 다른 학문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개별과학적 관점(나무, 부분)에 그치지 않고 통합적인 관조(, 전체)를 보고자 하는 그의 철학자적 열망을 느낄 수가 있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그의 청년시절에 나눈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을 보면 소년시절부터 그는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있다. 어린 청년시절인 1910년대 당시의 원자 및 분자론은 입자의 위치와 모든 상태들이 확정되어 있으며 보고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원시적인 것이었다. 그 시절부터 이미 하이젠베르크는 '물질의 최소부분'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통념으로는 원자의 미시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수학적 형식에 부닥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그가 추종하였다고 하는 플라톤의 세계관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이러한 출발선상에서 그는 평생의 업이자 세계관인 양자물리와 일생을 함께하게 된다. 여러개의 소주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은 마지막 챕터도 결국 '소립자와 플라톤 철학'으로 종결짓는 것으로 보아 그의 사상에 플라톤이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현상의 세계'의 언어로는 원자보다 작은 미소 세계의 실체적 진실을 기술할 수도 없고, 이러한 실체적 진실은 우리가 지각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이런 '지각의 세계'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양자역학의 결론은 , '현상의 세계'는 사실 '동굴벽에 비친 그림자'에 불과하고 이데야(idea)는 저 넘어에 있다고 하는 플라톤의 철학과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하이젠베르크는 플라톤의 이러한 '가설(?)'을 완성한 플라톤의 후계자로 불리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Plato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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