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원서로 복소수함수론을 배울때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이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개념인 '무리수'가 영어로 irrational number 였다는 것이다.





'irrational'은 '불합리한', '비이성적인'이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주요뜻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irrational number가 '불합리한 숫자'라고 언뜻 읽혔기 때문이다.


자세히 뜯어본 결과,  ratio(비율, 비)에 부정을 뜻하는 ir- 어미가 붙여서 

ir-rational 즉 (두 정수의)비율로 나타낼 수 없는 숫자라는 본래의 의미도 추측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정수의 비율로 나타낼 수 없는"과  "불합리한"이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다른 수 많은 영단어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두가지 다른 뜻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끝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irrational" 단어의 원래의미는 '무리수'(irrational number)로부터 온 것이 맞았다.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든 수학자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의 모임인 '피타고라스 학파'는 정수를 특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만물의 근원도 모두 정수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과 관련해 아주 곤란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 길이가 1인 이등변 직각 삼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2의 제곱근인데, 이것이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로 판명이 된 것이다. 즉 루트2가 무리수라는 것인데, 루트2가 무리수(irrational number)라는 것 역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서 밝혀졌다.




그러나 피타고라스 학파는 무리수를 모종의 위험적인 요소로 받아들였는데, 이것은 무리수의 존재가 그들 세계관의 불합리성과 오류를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irrational'이라는 단어가 '불합리'라는 뜻을 갖게 된 연유가 되었다.(칼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발췌)


피타고라스는 이렇게 중요한 수학적 발견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정수비율로 나눠지지 않는'이라는 뜻의 'irrational'이라는 단어에 '불합리'라는 뜻을 부여한 사람은 바로 피타고라스였던 것이다. 


무리수를 세계에 대한 위험적 요소로 받아들였다니, 현시대 사람들이 볼 때에는 웃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결국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졌으며 수학적 논증의 객관성 및 확실성에 매료되었던 피타고라스였지만 고대사람으로서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Posted by Platon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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